맞 바람, 뒷 바람
아이들이랑 한 번씩 경마장을 산책할 때가 있다. 넓게 펼쳐진 경마장의 푸른 잔디 너머로 붉게 묽든 석양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몇 킬로를 걸을 때는 마음에 있던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웃음과 장난에 천국이 따로 없게 느껴진다.
오랫 만에 다시 경마장을 산책하러 나갔는 데 트랙의 반도 가지 않아서 왠지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발걸음을 내딛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랫 만에 운동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를 맞서고 대항하는 맞바람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왕 나선 걸음한 번은 다 돌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었는데 어느새 반을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을 넘어서서는 발걸음이 가볍고 너무나 빨리 걸음이 걸어 져서 눈 깜짝할 사이에 끝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바퀴를 더 돌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트랙을 돌면서 나를 맞 대항하던 맞바람이 어느새 뒷바람이 되어 나를 지지해 주고 밀어 주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맞바람을 경험하기도 하고 뒷바람을 경험하기도 하는 데 사람들은 생존 본능이 있어서 인 지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감사가 되는 뒷바람보다 자신에게 해가 되고 어려움이 되는 맞바람에 더 많이 반응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상처나 어려움이나 고통에는 더 많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기억하지만 호의나 지원이나 감사할 수 있는 개인이 가진 자원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맞바람을 인생에서 많이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뒷바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비참하고 소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최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사람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강간, 학대, 이혼과 같은 나쁜 경험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상당히 밝고 건강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어디로 부터 온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나중에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시절의 초기 기억을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그 기억들이 신기하게도 다 좋은 기억이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이 왜 건강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지를 알게 되었다. 그 가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삶에서 맞바람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밀어 주고 격려해 주었던 뒷바람이 있었다는 것도 함께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프레임’ 의 저자, 최인철 교수님이 오랫 만에 낸 신간 ‘ 굿 라이프’에서 품격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맞바람과 뒷바람을 모두 아는 삶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어오는 맞바람이 타인에게 불어오는 맞바람보다 더 거세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나의 불행이 다른 사람의 다른 사람의 것 보다 더 크다라고 생각하면 앞에 나오는 사람 처럼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없게 된다.
비록 내 삶에 맞 바람이 많이 있었더라도 최 교수님의 말씀 처럼 뒷바람도 찾아 보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버지로부터 상처가 너무나 많았던 한 분은 상담을 통해 뒷바람을 찾으면서 아버지가 자신을 어린 시절 꼭 껴안아 주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믿던 지인으로 부터 상처를 받았던 한 분은 지인과 관계가 나빠지기 전에 뒷바람 역할을 해 주었던 그 분의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지인을 수용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맞바람만 있고 그 사람에게는 뒷바람만 있는 것 같다는 피해의식은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고 품격을 잃어 버리게 만든다. 내 삶에 있었던 수 많은 뒷 바람을 생각하며 그 뒷 바람 때문에 오늘 내가 있음을 인정할 때 내 삶은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시간을 내어서 그 동안 나의 삶에 분명히 존재했던 뒷 바람을 헤아려 보자. 그럴 때 감사할 수 있고 내 삶에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컬럼은 Rev Dr. HUN KIM (김 훈)호주기독교대학학장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CEO)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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