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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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엔 삼다, 삼무의 섬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삼다(三多)란 돌, 바람, 여자가 많다라는 뜻이고 삼무​(三無)란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필자가 호주에 도착하여 처음 느낀 점은 호주도 거지와 대문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와 같이 울타리에 해당하는 경계선은 있지만 대문을 달아 두는 집은 거의 없다.  아마 자동차의 출입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문을 단다는 것은 추가 경비부담이 있기 때문이리라. 제주도의 경우는 호주와 달리 대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통가옥의 경우 출입문 조차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출입문 조차 허술한 상황이어도 도둑이 없고 이웃간 정이 넘친다는 것의 우리 한국의 자랑스런 문화였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이웃간 정 문화는 아파트 아래 윗층간 소음 때문에 서로 원수로 지내다 칼부림까지 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2018.7.16  방영된 KBS 2TV '제보자들'에서 소개된 한 사건을 소개하면 오늘날 한국인의 정서가 얼마나 메말라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한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고풍스런 성당이 있었다.  시골 마을의 성당 답게 대문이고 담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당 주변의 길로 다니면서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였지만 몇개월전 새로 부임해 온 신부가 야간에 취객들이 성모마리아 상밑에 노상 방뇨를 하는 등 성당을 더럽힌다는 생각에 2미터가 넘는 벽돌담을 쌓아 올렸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하였다.  벽돌담을 돌 때 시야가 가려서 종종 사고의 위험이 있었으며 급기야 한 초등학생이 차에 치어 죽음에 이르게 되었던 것. 그러자 마을 주민들은 성당 신부에게 벽돌담을 제거해 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시야확보를 위하여 담음 낮추거나 투명한 재질로 담을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성당의 신부는 그 동안 성당의 토지 일부를 도로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고마움도 모르고 오히려 지나친 요구를 한다며 무식한 마을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싫다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매 주일이면 성당 앞에 모여 성토대회를 하다가 별 효과가 없자, 결국 성당의 진입로가 마을 길이라는 이유로 성당 진입을 방해하는 대응 담을 쌓아버렸다. 결국 '제보자들'과 관계 기관이 중재하여 성당측과 마을대표가 모여 성당측은 마을사람들이 그간 성당을 향하여 했던 행위들에 대하여 마을 대표가 사과하고 그 사과의 뜻으로 사과현수막을 제작하여 마을 입구에 걸어 주는 조건으로 성당 담을 허물기로 하였건 것.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성당측은 마을에서 쌓아둔 담을 먼저 허문다면 성당측도 벽돌담을 허물겠다고 하였으며, 마을 사람들은 사과는 먼저 하고 현수막도 걸어 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성당 벽돌담을 먼저 허물어야 자신들이 세운 마을 담을 허물 수 있다고 하면서 어렵게 이루어낸 합의가 결렬이 되었다.  현재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호주법과 비교하여 이 사건을 한번 살펴보았으면 한다.
 
호주는 자신의 토지와 이웃 간의 토지 구분을 표시하기 위한 담을 분할펜스(Dividing Fence)이라고 부르며 각 주법으로 그 재질과 높이 등을 규정하고 있다.
 
 NSW주의 경우 분할펜스법(Dividing Fences Act 1991)에 의하면 Fence 구축에 관하여 이웃 간 합의가 있다면 그 합의사항을 존중해 주도록 되어 있으나 해당 건물과 지역에 따라 카운슬에서 최종 승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빅토리안 펜스법(Victorian Fences Act 1968)에서 다루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2미터 이상의 담을 세울 땐 주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웃과 인접해 있을 경우 인접한 이웃의 동의도 필요하다. 퀸즈랜드의 경우 분할 펜스에 관한 규정은 이웃분쟁해소법(Neighbourhood Disputes Resolution Act 2011)이라는 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아래의 모든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면 반드시  주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 펜스가 이웃주택과 연결되어 있고
  • 높이는 2미터이하이며
  • 수영장 풀의 펜스가 아니며
  • 건물 외벽으로 사용되는 펜스가 아니며
  • 흐르는 물이 이웃 건물에 떨어지지 않는다.
 
호주 수도 캔버라가 있는 ACT 테리 토리는 공동경계법 (Common Boundaries Act)에 따라 분할 펜스를 규정한다.  자신의 펜스를 세우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해당 카운슬에서 그 요건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을 추천한다.  현행법상 소규모 펜스는 클래스 10 구조물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건축허가를 요하지 않는 구조물을 말한다. 이를테면, 펜스 재질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면 하단에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하고 적절한 채색을 입혀야 한다.  또한, 끝이 뾰족한 펜스의 상단에는 모두 모자를 씌워야 하는 등 자세한 정보는 ACT의 계획정부 웹사이트 (https://www.planning.act.gov.au/)에 들어가서 살펴보기 바란다.
 
북부준주 (NT)의 경우, 1미터 이하의 펜스는 허가를 요하지 않는다.  또한, 다윈에서와 같이 주변 이웃이 인접해 있다 하더라도 원하지 않으면 펜스를 세울 필요도 없다.  NT 펜스법 (NT Fences Act)에 규정되어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서호주는 분할펜스법 (Diving Fences Act 1961)에 따라 펜스 구축 비용을 이웃과 함께 분담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웃이 거부할 경우 어떻게 그 분쟁을 처리할 것인지 규정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서호주 상법국 웹사이트 (commerce.wa.gov.au) 에 들어가 보면 자제한 설명이 나와 있다.  벽돌이나 콩크리트 펜스의 경우 반드시 카운슬에 허가를 얻도록 되어 있으니 먼저 카운슬에 문의해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타스마니아와 남호주에서도 경계펜스법 (Boundary Fences Act 1908) 또는 이와 유사한 법으로 자세한 규정이 되어 있다.
이러한 호주와 같은 법이 한국에도 있었다면 성당은 벽돌담을 짓기 전에 관할 군청에 허가신청을 하였을테고 허가신청을 접수한 군청은 이와 같은 교통상 시야 확보 문제를 들어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오로지 당사자간 합의에만 의존해야 하는 한국법과 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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